왜 지금 원목가구인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가. 작년 한 해 거세게 일던 친환경 건축자재 바람은 가구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많은 업체가 E1~E0등급의 MDFㆍPB를 사용하고 인체에 무해한 표면재를 선택했다. 유해물질로부터 안전망을 두르기 위한 특정한 장치를 부착하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또는 앞으로는 어떠할까.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건축 자재업계는 현재도 웰빙이라는 이름의 상품 개발에 기염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화두는 새집증후군을 야기한다는 TVOC만이 문제가 아니다. 
 
화학 산업의 발달은 편리를 가져왔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새삼 깨우치고 있으며, 그 안에서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하고 있다. 이제는 자연 그 자체를 원하는 시점에 와있다. 생산에서 제조, 사용, 폐기까지 자연과 하나 되는 천연 소재 상품은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는 정착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구 소재도 변화 
 
일산에서 인테리어 및 가구용 목재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한 업자는 “국내 가구시장은 MDFㆍPB와 원목 소재가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며 유행선을 그려왔다”며 “글로벌 및 가구시장 트렌드를 종합해 볼 때 앞으로는 원목가구 시장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목과 MDFㆍPB는 4~6년 정도를 주기로 서로 자리를 내주면서 일정한 트렌드를 보였는데, 웰빙 또는 로하스라는 사회 문화적 흐름에 향후 가구시장에서 원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가구에 사용된 소재를 살펴보면 합판, MDFㆍPB, 원목이 보편적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MDFㆍPB가 국내에서 양산되기 전까지 합판이 주요 소재가 됐으나, 이후 이들 소재가 가구시장 전체의 약 95%에 달해 확고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MDFㆍPB가 이처럼 주요하게 사용된 데는 내외부적인 여건이 적절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약 10%에 달하는 비약적인 국내 경제성장에 가구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고, 많은 양의 가구를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다. MDFㆍPB는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진 유니드, 동화기업, 한솔 등에서 원활히 공급됐다. 또한 무늬목이나 종이, 비닐류의 데코시트 등의 표면재, 도료 등을 이용해 다채로운 표면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가격도 원목 보다 저렴했는데, 보통 MDF보다 싼 PB는 가구의 바디로, 디자인이 강조되는 도어에는 MDF를 사용해 경제성을 갖췄다. 가구업계 관련인은 “이때 가구는 지금의 친환경성보다 ‘디자인’이 중시됐는데 다양한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는 MDF는 그 장점이 크게 활용돼 널리 사용하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MDF는 비교적 안정적인 물성 테스트를 거쳐 생산됐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큰 국내 주거환경에서 가구제조업자는 자재에 대한 특별한 사전지식 없이도 가구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MDF는 쉬운 가공성, 양산체제에 의한 원활한 공급력, 경쟁력 있는 가격대 등을 장점으로 대부분의 가구회사에서 주요하게 사용됐다. 
 
MDFㆍPB에 비해 원목가구 시장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1980년대 초반 공방을 중심으로 소개된 원목가구는 인테리어 소품 등 사이즈가 작은 가구 위주로 소개됐다. 자연이 주는 미묘한 친근감이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어필되면서 미지트, 바로크 가구 등의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해 1993년~1994년에 정점을 이뤘다. 그러나 높은 가격대, MDF 비교시 디자인 표현의 한계성 등의 단점이 지적됐다. 
 

 
원목가구 시장 확대 예상 
 
IMF 이후 빛을 받은 자재는 MDFㆍPB였다. 기업이나 가계 모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분위기 속에서 저가 시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재 부문에서는 비싼 원목보다 저렴한 소재를 사용했다. 이름 있는 종합가구회사에서도 IMF 전에는 원목을 몰딩이나 손잡이 등 일부에 장식적으로 활용한 바 있었으나 IMF를 기점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젠이나 미니멀로 대표되는 모던 스타일이 가구 디자인 트렌드의 주축이 되면서, 모던한 감각을 잘 살릴 수 있는 MDF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이때 원목가구는 아동 및 주니어 가구나 DIY 시장 정도에서 그쳤다. 
 
당시 그 사회에서 메가급으로 부상되는 이슈는 소재사용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한다. 2003년 조심스레 일기 시작한 웰빙 열풍이 그것으로, 가구 디자인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웰빙에 의해 제품구매 기준은 친환경과 건강성이 됐다. 인위적이고 절제된 심플한 멋을 자랑하던 모던풍의 가구에는 자연스러움과 건강성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해로움이 거의 없는 MDFㆍPB가 사용됐고, 표면 디자인도 도장이나 데코시트보다 무늬목이나 종이, 가죽, 패브릭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사용했다. 
 
얼마 전 모 방송사는 시멘트 독성의 유해성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함으로써 환경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는 시멘트에서 방출되는 독성은 50여 년이 지나더라도 여전하다는 것과, 만약 나무 등 천연 소재로 마감한다면 인체에 유해한 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작년 새집증후군에 관한 내용이 방송돼 웰빙 라이프의 도화선이 됐던 것에 관련해 환경 및 건강성은 여전히 사회적 이슈로 지속되고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소비자들은 ‘몸에 덜 해로운 것’에서 ‘천연 소재로 만들어져 전혀 해롭지 않는 것’으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이는 가구뿐만 아니라, 벽지, 바닥재, 패브릭, 도료 등 건축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ECO-Product가 생활의 중심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건축 인테리어 관련자들은 천연 소재 사용은 가격 상승을 수반하고 있어 구매력 있는 소비층에 의해 실제적인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벽지회사의 한 관계인도 “천연 소재의 제품은 일단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가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분명한건 지금보다 그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가구업계의 한 원로는 가구산업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는데 역시 결론은 원목가구로 종결됐다. 그는 “현재 국내 가구시장은 전국적으로 가구 재고량만 따지더라도 2~3년은 일절 생산하지 않아도 공급에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있다”며 “가구시장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무언가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인데, 이중 하나가 원목가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핵심적인 것은 원목가구 시장이 MDFㆍPB시장을 대체할 정도로 절대적인 대중성을 갖고 확산되기 보다는 ‘기존 원목가구 시장보다 넓어질 것’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여기에는 원목이 한정된 자원 중 하나로 환경보호라는 세계적인 흐름도 내재돼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원목가구 소재로 솔리드우드 부상 
 
업계 전문가들은 70% 이상이 원목으로 구성돼 있을 때 ‘원목가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원목가구 소재로는 집성목이 널리 사용돼 왔다. 앞으로는 원목가구 시장의 태동과 함께 집성목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솔리드우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구 부문에 있어 집성목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목에 가까운 형태로 변형이 적고 강도가 뛰어난 장점이 있었으나 여러 원목 조각을 가로, 세로로 이어 만들기 때문에 접합 부위의 이색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긴 각재를 가로(한 면)로만 이어붙인 솔리드우드는 집성목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다. 집성목에 비해 중간 이음매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통원목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착색시 균일한 색감을 얻을 수 있다. 수종도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칠레, 브라질, 뉴질랜드 등에서 나는 스프루스, 햄록, 파인 등(침엽수종)과 미국, 캐나다, 러시아,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독일 등에서 나는 애쉬, 버찌, 오크, 월넛 등(활엽수종) 다양하다. 
 
원목가구와 같이 인체에 무해한 MDF도 출시될 것으로 보이나 고가의 가격대가 예상된다. 일본에서 개발한 수퍼 E0 등급의 MDF는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MDF가 일반적으로 E1, E2 등 등급마다 약 20~30%의 가격 차이가 나는 점을 미뤄볼 때 비싼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수퍼 E0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무독성 페인트 및 접착제 등 기타 부자재 가격까지 감안한다면 원목가구보다 오히려 비쌀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환경 가구로 원목가구가 가장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목 특성 이해해야   
 
목재는 제재가 된 후에도 수축 팽창의 특성을 계속 갖고 있는데, 가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임가공을 거쳐야 한다. 좋은 목재란, 오랜 시간 동안 곧게 자란 굵은 원목을 고도의 기술로 제재, 건조, 관리해 변형을 최소화하면서도 원래 그대로에 가까운 것을 말한다. 특히 목재는 건조 과정이 중요한데, 목재 수종에 따라 1~6개월 이상의 자연 숙성과 8~30일 동안 건조(kiln dry)한 후 목재의 최적 함수율인 10(±2)%를 유지, 대기상태에서의 평균 함수율을 맞춰 변형과 뒤틀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목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나 중국 등에서 수입되고 있는 일부 제품 중에는 목재의 성질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이 만들어져 빈번히 하자가 발생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나무는 MDF나 PB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목재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 원목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자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무는 성장한 환경과 수종에 따라 성질이 매우 다르며, 같은 수종이더라도 목재로 사용되기 위해 거치는 임가공 기술, 가공 후의 관리에 의해서도 그 질에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수순을 밟아 가공된 북유럽산 침엽수종을 동남아로 가져와 가구로 만들게 되면 외부의 습한 기후에 장시간 노출된 탓에 함수율이 높아지게 되며, 이렇게 완성된 가구는 평균치 보다 높은 수분을 함유해 몇 개월 후 문제가 발생될 수 있게 된다.  
 
일산에서 원목가구를 취급하고 있는 한 업자는 발전 가능성이 큰 원목가구 시장이 불량률이 높은 수입 원목가구로 인해 초기 시장에서부터 소비자 인식이 나빠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5년 정도면 완전히 정착할 수 있는 원목가구 시장이 하자율이 높은 저가 수입 상품으로 인해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라며 장기적 안목에 있어 업체들의 상도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개발 등 업계 노력 절실 
 
북유럽산 원목으로 만든 가구를 판매하고 있는 수입아동가구 브랜드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인체에 무해해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에는 웰빙 열풍으로 원목가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몇 년 동안 원목가구를 판매해온 까사미아, 스칸디아 등도 원목가구라는 특별한 홍보 없이 꾸준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산의 한 가구종사자는 이에 대해 “과거 특정 계층에서 향유하던 원목가구의 멋 즉, 자연의 멋이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과 소비수준 향상으로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CO-Life’에 소비자들은 전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산 원목가구는 아동 및 주니어 가구 부문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MDF 등 다른 소재와 혼합해 제작함으로써 가격대를 낮추고 있다. 목재 관계자에 의하면 웰빙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 정도라면 이미 가격적인 부분보다는 인체 무해성에 더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목가구라는 점에 컨셉을 둬야 할 것이라 말한다. 또한 경기도에 소재한 특수목재 전문기업 대표는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높아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향상됐으나, 시장의 양극화로 더욱 빈부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원목가구가 구매력 있는 소비자에게 어필되는 아이템인 만큼 단순히 원목이라는 메리트만 내세울 게 아니라, 선진 가구와 견줘도 손색이 없도록 디자인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체적인 트렌드를 분석해 볼 때 원목가구 시장의 미래는 확실히 밝다는 결론에 도달된다. 국내외적으로 강조되는 환경성, 국내 가구 디자인 트렌드, 소비자 기호 등 원목가구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가의 스프루스에서 고가의 오크, 애쉬 등의 수종이 널리 사용될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원목가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겠다. 일대 확대 기로에 서있는 이 시점, 질 좋은 원목가구를 선보여 순탄한 항해를 할 것인지, 그 반대일지는 지금 원목가구를 취급 및 생산하는 그들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  장영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