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바꿨을 뿐인데, 매출 7배 뛰다 
 
중앙일보|기사입력 2008-03-17 00:43 |최종수정2008-03-17 01:07  
 
 

 
[중앙일보 장정훈] 

“디자인을 확 바꾼 뒤 매출이 7배로 뛰었어요. 그보다 5월부터 미국 월마트 매장에 들어간다는 게 신나네요.”

경기도 안산에서 전자다트를 만드는 쓰리아이피의 허광(53) 사장은 이른바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절감한 인물이다. 이제 제품 개발회의에서 디자인 논의를 최우선에 놓게 됐다.

그가 직접 전자다트 회사를 차린 건 2004년. 허 사장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연구하다 뾰족한 화살촉 대신 자석을 붙이고 적중 점수를 자동 계산해 주는 전자다트를 개발해 출시했다. “가정에서 놀이용으로 쓰는 뾰족한 화살촉 다트는 위험할 수 있잖아요. 자석을 붙여 안전성을 높인 아이디어 상품이라 잘 팔릴 거라 기대했어요.”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해외 바이어를 찾아 샘플을 내놓으면 “굿 아이디어”를 연발했지만 실제로 계약서를 내미는 경우는 드물었다. 개중에는 기존 다트와 비슷하게 흰색과 붉은색이 섞인 둥그런 표적판의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허 사장은 실내에 걸어놔도 장식품처럼 근사하고 게임하기도 편한 디자인을 개발해야겠다는 걸 절감했다. 하지만 직원 5명에 연 매출 1억원 남짓되는 영세업체에서 디자인 개발은 언감생심이었다. 수소문 끝에 중소업체 디자인을 도와주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을 알게 됐다. 2006년 말 이곳의 도움으로 3000여만원을 들여 참신한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놨다. 둥그런 표적판을 날렵하게 개조하고 바탕색은 당시 가전제품에서 인기를 끌던 검정색을 채용했다. 또 붉은색 위주였던 점수칸에 갈색과 초록색을 가미해 점수칸 구분이 시각적으로 잘 되도록 했다.

허 사장은 “시큰둥하던 바이어들을 다시 찾아가 새 제품을 내놓자 즉석에서 구매하겠다는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한 해 영국·독일·멕시코 등지 수출이 늘어난 덕분에 연 매출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창업 초기 회사에 매출 10억원 돌파가 수월찮은 실적이란 평가다. 그는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것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월마트 본사는 멕시코 납품 제품을 면밀히 검토한 뒤 5월부터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올해 수출 목표는 500만~600만 달러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