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당일, 남은정씨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미용실에서 조금 늦게 끝날 것 같아요, 죄송~’이라는 내용. 이전에는 한 번도 약속 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던 터라 ‘사진 촬영 때문에 공들여 꾸미느라 그러겠지…’ 하는 생각에 ‘괜찮으니 예쁘게 하고 오라’는 답을 보냈다.
남은정씨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긴 생머리를 짧은 단발머리로 싹둑 자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짧은 머리가 아직은 익숙지 않은지 “어색하지 않나요?”라며 수줍게 말문을 연다. 한결 경쾌해지고 발랄한 느낌으로 변신한 그녀. 갑작스레 머리를 자른 이유를 묻자 윤다훈의 부추김 때문이란다.
“남편이 머리를 짧게 자르면 예쁠 것 같다고…. 보통 남자들은 긴 생머리를 좋아하잖아요. 근데 자기는 짧은 머리가 더 좋대요. 그래서 한번 잘라봤는데, 어때요?”
옆에 있던 윤다훈은 “너무 잘 어울린다, 뒤통수가 참 예쁘다, 귀여워 보인다”며 찬사에 찬사를 거듭한다. 두 딸을 키우는 결혼 3년 차 부부지만, 한창 무르익은 연애로 마냥 애틋하기만 한 연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love house_01 멋진 인테리어보다 빛나는 살림 솜씨
윤다훈은 2007년 5월 천생 여자인 남우정씨와 결혼식을 올렸고, 한 달 전 서울 반포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집은 어쩔 수 없이 안주인을 닮게 마련이다. 윤다훈・남은정 부부의 새 집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면서 깔끔했다.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차려 먹고, 누구를 대하든 친절하고 싹싹한 안주인 남은정씨가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남은정씨가 얼마나 야무진 살림꾼인지는 이사 전 준비부터 이사 후 정리가 끝나는 순간까지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수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값비싼 것들로 집 안을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일일이 가격을 체크하고, 직접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물건들을 꼼꼼히 살폈다. 가끔 매장 주인에게 애교를 부려 가격을 깎기도 했다. 또 워낙 눈썰미가 좋아 남대문 시장에서 산 접시와 그릇은 백화점 물건 못지않았다.
“꼭 새로 산 물건들과 소품으로 치장하고 꾸며놓아야 멋진 집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물건에 대한 애착이 좀 있어요. 한 번 구입한 것은 오래 간직하는 편이죠.”
“맞아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제발 냉장고 좀 새것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왜 멀쩡한 냉장고를 놔두고 새로 사느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지금 가지고 있는 낡은 냉장고가 훨씬 좋아요. 쓰는 데 아무 불편도 없고요.”
굳이 정리하거나 처분해야 할 가구가 있으면 중고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는 남은정씨는 아껴야 잘산다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생활 수칙을 지키며 사는 참 알뜰한 주부다. 윤다훈은 겉으론 조금 투덜대지만, 그런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기만 하다.
1 첫째 딸 하나 방은 핑크 톤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은은하고 귀여운 커튼은 가나몰, 잔잔한 꽃 문양이 여성스러운 침구는 이브자리, 깔끔한 화이트 톤 가구는 매스티지 데코(031-767-4601) 제품이다.
2 주방을 세련되게 연출해 주는 거울은 안나프레즈 제품.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안주인이 즐겨 쓰는 홈베이킹 세트는 엘케이베이크웨어(031-534-2862) 제품이다.

love house_02 사람 냄새 풍기는 집 안 곳곳의 풍경들
부부의 새집은 공간마다 각각의 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은은하고 클래식한 톤으로 튀지 않게 꾸몄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윤다훈의 철학 때문이다.
“남편이 원래 심플한 걸 좋아해요. 저 역시 가구도 장식 있고 화려한 색깔은 별로예요. 저희 둘 다 보기에도 깨끗하고 실제로 사용하기에도 불편이 없는 실용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죠. 그래서 쉽게 싫증 나지 않도록 집 전체를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모던하게 꾸몄어요.”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벽지는 화이트 톤으로 통일했고, 가구 역시 무채색과 절제된 디자인으로만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집 안 전체가 한층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통창으로 둘러싸인 거실 한편엔 오픈 스타일로 꾸며진 와인 바가 자리하고 있다. 워낙 연예계 마당발인 데다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윤다훈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테이블과 와인 셀러를 세팅했다. 가까운 친구들은 집에 초대해 술 한잔 기울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냄새 나는 윤다훈의 취향이 담긴 공간이다. 테이블과 가구를 제작해 준 후배가 집으로 찾아온 날도 술 한잔 마시고 가라며 손을 이끈다. 얼마 후면 집들이도 할 예정이다. 워낙 ‘절친’들이 많아 한 번으로는 모자랄 듯싶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은 그냥 보내질 못해요. 뭐 하나라도 꼭 먹여야, 술 한잔 권해야 마음이 편해요. 이런 걸 보면 제가 옛날 사람 스타일인가 봐요.”
다이닝 룸 역시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그곳 통창으로는 저 멀리 한강과 공원이 내다보였다. 훌륭한 풍광과 함께 햇살이 환하게 비춰 들어와 마치 전망 좋은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다.
1 통창을 통해 바깥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주방. 주방 벽면은 안나프레즈의 거울을 달아 전체적으로 럭셔리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나비 문양의 손잡이가 독특한 주방 수납장은 아시안데코(02-548-4938) 제품.
2 둘째 딸 하영이 방은 그야말로 공주님 방으로 꾸몄다. 가구는 모두 매스티지 데코(031-767-460 www.mastideco.co.kr/), 인형과 모빌은 타티네 쇼콜라(www.chocolatbaby.com/), 컬러풀한 수납장은 밴키즈(www.vankids.co.kr/), 초절전 제습기는 리빙엔(www.leebeingn.com/) 제품이다.

집에서도 손쉽게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커피 머신은 컨벡스 블랙 프레임이 세련되고, 멋스러운 와인 셀러는 하이얼, 화장대 위의 제품은 미애부 발효 화장품(1577-1401 www.miabu.com/).

love house_03 불혹의 나이에 느끼는 가족이란 애틋함
이들 부부가 새집을 꾸미면서 무엇보다 신경 쓴 곳은 바로 두 딸 방이다. 연예인 지망생인 큰딸 하나와 이제 8개월 된 둘째 딸 하영이 방은 나란히 붙어 있다. 두 딸 방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핑크 톤으로 통일했고, 하영이 방 옆에는 따로 놀이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하영이 방과 놀이방 역시 남은정씨의 작품이다.
“주변에 물어보니 아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수납이 가장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이방 한쪽 벽에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수납 박스를 마련해 놓았어요. 거기에 장난감과 소품들을 넣어 말끔히 정리했고요. 남편이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을 싫어하는데, ‘하영이 거야’라고 하면 ‘응 그래~’ 하고 다 넘어가요(웃음).”
드라마 속에서는 바람둥이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지만 윤다훈은 집에서는 천생 애처가다. 하영이를 안아 어르고 달래면서 눈을 마주치는 모습은 자상한 아빠 그 자체다. 둘째 하영이는 윤다훈의 큰 눈을 쏙 빼닮았다.
“애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해요. 바로 이런 게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가장으로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큰딸 하나는 연기자 지망생으로 윤다훈이 직접 딸에게 연기 지도를 해준다는 후문. 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아빠로서의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윤다훈은 큰딸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하는 친구 같은 아빠다. 하나가 이토록 잘 자라준 것도 딸의 결정이나 뜻을 존중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긴 덕분이라고.
열한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이들 부부는 여지껏 부부 싸움다운 싸움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직 한 번도 크게 싸워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막상 제가 잘못을 했을 때는 무조건 아픈 척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의 동정심을 유발해 은근슬쩍 넘어가죠(웃음).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재룡 선배가 전수해 준 방법이에요.”
윤다훈은 현재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유호정의 바람둥이 남편으로 출연 중이다.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 이어 또다시 철없고 믿음직스럽지 않은 남편 역할을 맡은 것. 실제로는 소문난 애처가이지만 극 중에서 바람둥이로 그려지는 이미지에 대해,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워낙에 선후배 친구들이 많고, 주변에 여자들이 거의 없어요. 정말로 드라마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요? 아내에게 살아남기 힘들겠죠. 하하~.”
윤다훈은 이날 자연스러운 사진을 위해 아내 남은정씨의 표정과 시선 등 이것저것 코치를 해주었다. 촬영내내 두 사람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 그리고 윤다훈의 유쾌한 닭살 멘트는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머리 자르니까 정말 예쁘다~. 내가 그랬잖아. 당신은 뭘 해도 예쁠 거라고~.”
기획 모은희 | 포토그래퍼 이진하 | 여성중앙